라파엘 데버스 트레이드에 대한 생각
트레이드 세부사항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라피엘 데버스
보스턴 레드삭스: 조던 힉스, 카일 해리슨, 제임스 팁스 3세, 호세 베요
6월 중반 이런 대형 트레이드가 터진 적이 있을까? 보스턴 레드삭스가 프랜차이즈 스타인 라피엘 데버스를 어이없게도 6월 중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트레이드했다.
The San Francisco Giants are acquiring Rafael Devers from the Boston Red Sox for Jordan Hicks, Kyle Harrison and more, according to sources familiar with the deal.
— Robert Murray (@ByRobertMurray) June 15, 2025
카일 해리슨은 16일 오전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경기 시작 20분 전 트레이드 사실을 듣고 보스턴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해리슨은 트레이드가 공식화된 이후 레드삭스 AAA 로체스터로 내려갔다.
우선 트레이드된 선수들의 면모를 살펴보자. 2023년 11년 $330M이라는 장기계약을 맺은 28살의 데버스는 이번 시즌 초반 부진했지만 이후 성적을 복구하며 72경기 .271/.400/.494의 슬래쉬라인과 14개의 홈런, wrc+145, fwar 1.9를 기록하고 있다. 팀의 중심 타선을 이끌어가는 선수였다. 자이언츠가 내준 선수 첫 번째로 2.5년에 $33M이 남은 선발 전환에 실패한 조던 힉스, 지난해 폴 스킨스 다음가는 투수 유망주였으나 확실한 변화구 부재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던 서비스 타임 5년이 남은 카일 해리슨, 지난해 전체 14번으로 지명되어 하이 싱글 A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으나 코너 외야수가 한계인 제임스 팁스, 20살에 루키 리그에서 뛰고 있는 호세 베요이다.
카일 해리슨의 스카우팅 리포트: https://sportracker.tistory.com/39
제임스 팁스의 스카우팅 리포트: https://sportracker.tistory.com/37
호세 베요의 스카우팅 리포트: https://sportracker.tistory.com/38
현재 맷 채프먼이 부상으로 이탈했기에 데버스는 3루수를 맡게 될 것이다. 채프먼이 돌아온 이후에는 지명타자로 갈 가능성이 높다. 1루에는 브라이스 앨드리지라는 대형 유망주가 있기에 1루도 데버스의 자리는 아닐 것이다. 레드삭스는 힉스가 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오면 그를 불펜으로 쓸 것이다. 해리슨은 본인들이 교정할 자신감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교정한다면 2~3선발 급 선수가 될 것이다. 팁스는 하이 A에 소속될 것이다. 베요는 루키리그로 갈 것이다. 하지만 데버스라는 대형 타자의 대가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부족하다.
그렇다면 이 트레이드가 일어난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겨울로 시계를 돌려보자. 지난해 애매한 시즌을 마치고 레드삭스는 대규모 투자를 팬들에게 선언했다. 하지만 선발 FA인 블레이크 스넬, 코빈 번스, 맥스 프리드가 다른 팀과 계약하고, 후안 소토도 메츠와 계약하는 등 FA 대어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있었다. 트레이드로 화이트삭스에서 게럿 크로셰를 영입했으나, 팬들은 이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2월, 아직 미계약 상태였던 알렉스 브레그먼과 계약에 합의하게 된다. 문제는 브레그먼이 3루수였고, 이미 3루는 데버스라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자리 잡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브레그먼을 2루수로 기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우리는 20년 전, 유격수였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데릭 지터의 자리를 대체하는 대신 3루수로 포지션 변경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데버스는 브레그먼의 영입을 사전에 알지 못한 상황이었다. 여기서 1차적으로 기분이 상하게 된다. 그러다가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되고 상황은 달라진다. 2루 유망주 크리스천 켐벨이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며 그를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태까지 오게 됐다. 그러자 레드삭스의 단장 크레익 브레슬로와 감독 알렉스 코라는 브레그먼을 3루로 보내고, 수비 능력이 떨어지는 데버스를 지명타자로 보낸다는 계획을 세운다. 데버스는 거부했다. 본인은 계약을 맺을 때, 3루수 보장을 약속받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감독은 '그 단장은 지금 없다'며 약속은 없던 일이라고 취급했다. 결국 데버스는 지명타자로 갈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한 번 더 기분이 상하게 된다.
이후 1루수인 트리스탄 카사스가 무릎 부상을 당하며 시즌을 마감한다. 여기서 레드삭스는 데버스에게 1루로 가라고 요구하며 데버스의 기분을 또 한 번 상하게 한다. 데버스는 이번에는 확실하게 거부하였고, 구단주인 존 헨리가 캔자스시티 원정까지 가 데버스를 설득하려고 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아무런 성과가 없었고, 데버스는 브레슬로 단장에 대해 “브레슬로가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발언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데버스와 레드삭스의 관계는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데버스는 프런트와의 마지막 대화에서, '나는 이 도시를 사랑하지만, 내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트레이드시켜라'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나갈 생각은 없으나 내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트레이드를 시켜라'라는 멘트라고 볼 수 있다. 레드삭스는 더 이상 데버스가 팀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자 그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았다. 그리고 사겠다는 팀이 나오자, 재빠르게 트레이드했다. 심지어 3루를 사실상 볼 수 없는 팀으로 말이다. 그리고 데버스에 대해 장기 계약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구단은 데버스에게 갑작스럽게 1루 수비를 요구했다 거절당한 것을 통해 그를 마치 팀에 비협조적인 인물로 보이게 만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 데버스는 조용한 성격이라 리더로 여겨지지 않았고, 일부 선수들은 그가 1루 수비를 거부한 것에 불쾌감을 느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시즌 중반에 단지 구단에 데버스가 ‘불복종’했다고 판단했다는 이유로 치운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사실 이미 구단은 데버스를 좋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베츠, 보가츠의 연쇄 이탈로 인해 팬들의 눈치를 본다고 원하지 않는 금액에 데버스와 계약했다는 루머도 흘러나온다.
트레이드가 꼭 지금이어야 했을까? 오프시즌에 해도 될 일이었다. 알렉스 브레그먼을 영입하고, 게럿 크로셰를 영입한 오프시즌에서 레드삭스는 성적을 낸다는 생각보다는 구단의 말을 듣지 않는 선수를 트레이드 시켜 버렸다. 알렉스 브레그먼이 3루를 보면 되겠지만, 이번 시즌이 끝나고 옵트아웃이 있다. 데버스를 트레이드하며 아낀 돈을 써서 잡으면 된다는 생각도 하겠지만, 브레그먼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만족할지는 모르겠다. 데버스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브레그먼의 이탈에 대비한 보험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이제 브레그먼이 옵트아웃을 하면 그가 원하는 대로 줘야 한다.
레드삭스는 전통적으로 이런 판단을 자주 했다. 로저 클레멘스는 끝났다며 관심도 주지 않았다(물론 스테로이드를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노마 가르시아파라를 매정하게 시즌 중반 트레이드했다. 물론 우승을 했지만, 충격은 너무도 컸다. 페드로 마르티네즈를 잡지 않고 맷 클레멘트를 선택했다가 실패했다. 장기계약을 맺은 브론손 아로요를 바로 트레이드 시켜버렸다. 돈을 아낀다고 제이슨 베이를 선택하고, 매니 라미레즈를 시즌 중반 트레이드 했다. 또 한번 돈을 아끼기 위해 조쉬 베켓, 애드리안 곤잘레스를 8월에 트레이드 했다. 헐값 연장계약을 거부한 존 레스터를 트레이드 했다가 FA가 되자 다시 잡으려다 실패했다. MVP를 받은 무키 베츠에게 적은 금액의 연장계약을 제시했다 거절당하자 바로 트레이드 했다. 잰더 보가츠에게도 마찬가지였고, 그들은 트레버 스토리를 선택했으나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이제 데버스 차례이다. 존 헨리라는 구단주와 팬웨이 스포츠 그룹의 정체성은 바로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레드삭스에겐 프랜차이즈 스타란 무엇일까.